[편집자주] MZ세대는 요즘 시대의 아이콘이다. 언론기사는 물론이고 기업 마케팅, 투자동향, 소비 트렌드 조사, 심지어는 정치에서도 MZ를 호출한다. 너도나도 MZ를 부르짖는 상황에서 MZ를 모르면 우리 사회에서 행세할 수 없다. 통상적으로 MZ는 1981~2010년 태생의 M세대(Millennial)와 Z세대(Generation Z)를 일컫는다. 하지만 이 표현만으로는 아무 것도 설명할 수 없다. 도대체 MZ는 누구인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특징을 갖고있으며, 어떻게 행동하는가. 뉴시안은 한국사회의 중핵이 된 MZ세대를 종합 분석하는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회사? 평생 몸담을 곳 아닙니다

조예원(28·가명) 씨는 이른바 '프로이직러'이다. 그만큼 이직이 잦다는 얘기이다. 직장생활 8년차인 그는 현재까지 9번이나 회사를 옮겼다. 그동안 일해온 곳은 공공기관, 스타트업, 중소기업 등 다양하다. 현재는 기업 계열사에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 역시 조만간 그만둘 생각이다. 그는 "회사생활을 하면서 '내가 왜 힘든 상황을 참아가면서 일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늘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며 "언젠가 퇴사할거라면 하루라도 빨리 퇴사하는게 나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이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취업플랫폼 <사람인>이 지난해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신규입사자의 1년이내 퇴사율'은 28%였다. 2년 전인 2019년 평균 퇴사율 17.9%와 비교하면 10% 이상 늘어났다. 기업들은 MZ세대의 조기퇴사가 잦은 이유에 대해 '개인의 만족이 훨씬 중요한 세대이기 때문'(60.2%)이라고 여겼다. 뉴시안이 여론조사기관인 지난 7월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결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MZ세대 400명에게 '직장의 의미'를 물어본 결과 59.5%가 '필요에 따라 이동이 가능한 곳'이라고 응답했다. '평생 몸 담을 곳'이라고 답한 비율은 25.8%에 그쳤다. 회사를 평생직장이자 삶 그 자체로 여기며 살아왔던 기성세대와는 다른 접근법이다.


업무 끝나면 OFF, 회사에 헌신하면 '헌신짝'

국내 굴지의 신문사에 다니던 김영수씨(54·부국장·가명)는 최근 당혹스런 경험을 했다. 그는 퇴근뒤 우연히 서울 광화문 길거리에서 만난 젊은 기자에게 '어디 가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정작 젊은 기자는 응답도 하지않은채 그냥 지나갔다. 그는 며칠뒤 회사에서 흉흉한 소문을 들었다. "일과 끝났는데 길거리에서 후배에게 아는 체 하는 '간큰 꼰대 선배'가 있다"  

MZ세대가 기업내 중심축으로 자리잡으면서 회사문화는 이전과 확연히 달라졌다. 업무를 마쳐도 선배가 퇴근할 때까지 자리를 지켜야 했던 문화, 오래 앉아 있어야 성실하다고 평가됐던 기성세대의 문화는 이제 '꼰대문화'로 취급받는다. 

MZ세대에게 0순위 직잡은 '워라벨이 보장되는' 곳이다. <사람인>이 2020년 실시한 'MZ세대가 가장 입사하기 싫은 기업 유형' 설문조사에서 1위는 '야근·주말출근 등 초과근무가 많은 기업(31.5%)'이었다. 다음으로 '업무량 대비 연봉이 낮은 기업(23.5%)'이 꼽혔다. 이유는 '육체·정신적 건강을 잃을 것 같아서'(44%), '개인 생활이 없을 것 같아서'(38.7%) 였다. 

주말에 업무 연락하는 직장 상사의 연락 이미지.
주말에 업무 연락하는 직장 상사의 연락 이미지.

워라벨을 중시하는 MZ세대에게 '퇴근 후 업무 연락'은 최악이다. 자신의 개인시간이 중요해 퇴근 후 메시저 등으로 업무 지시 받는 것은 곧 스트레스다. 이는 전 세계 젋은 직장인들의 공통 관심사다. 현재 필리핀과 프랑스·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에서는 업무시간 외 업무연락을 법으로까지 금지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카톡 금지법'이 논의됐지만 '근로자 보호를 위해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업무 유연성을 저해한다'는 의견이 맞서 법제화되지는 않았다. 대안으로 나온 것이 업무용 핸드폰과 멀티프로필 등이다. 회사 문 밖을 나서는 순간 아무도 나에게 연락할 수 없도록, 나를 아무도 건들이지 못하도록 완벽한 '직장인 OFF'의 삶을 살겠다는 의지다. 

실제 회사원 주상원씨는 올해 여름 휴가 때 '휴가 중이니 그만 톡 보내!'라는 문구가 담긴 사진을 카카오톡 프로필로 설정했다. 상원 씨는 "휴가기간이면 꼭 거래처에서 전화가 와서 업무를 처리해달라는 연락을 받는다"며 "휴가 만큼은 회사에 대한 고민없이 푹 쉬고 싶어서 프로필 사진도 바꾸고 상태메시지에 '휴가중'이라는 문구도 썼다"고 했다. 

최근 회사에서 달라진 모습 중 하나는 바로 '회식'이다. 기성세대에게 회식이란 반갑진 않지만 꼭 참석해야 하는 자리였다. 저녁 약속이 있더라도 상사가 '회식도 업무의 연장선입니다'라고 하면 약속을 취소하고 무조건 참석해야만 했다. 

지금은 회식도 MZ세대 성향에 맞춰졌다. 퇴근 후 저녁 회식이 일상이었지만 이제는 점심으로 앞당겨졌다. 1차에 이어 2·3차까지 이어졌던 회식은 팀별 영화관람·문화생활 등으로 바뀌었다. 회사원 김미연(31·가명) 씨는 "20대에 첫 입사했던 회사는 수습기간에 무조건 밤 9시까지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규칙이 있었다"며 "회식이 있는 날에도 술을 마신 후 회사에 들어와 업무를 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만 해도 '이 회사를 그만두면 내 인생은 실패한 것'이라는 두려움이 커 이 악물고 버텼다"며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참 미련했던 것 같다. 회사를 그만둬도 내 인생이 무너지는 건 아닌데"라고 말했다. 


퇴사한다고요? 축하 파티 해야죠!

조예원 씨는 퇴사하는 날 직장 동료들로부터 퇴사 축하 선물과 편지 등을 받았다. [사진=조예원 씨 제공]
조예원 씨는 퇴사하는 날 직장 동료들로부터 퇴사 축하 선물과 편지 등을 받았다. [사진=조예원 씨 제공]

조예원 씨는 많은 회사를 퇴사하고 이직하며 가족들은 물론 지인들로부터 '왜 한 곳에서 오래 버티질 못하느냐', '요즘 애들은 끈기가 없다', '이제 무슨 일을 하려고 그러냐' 등의 핀잔을 들었다. 그러나 세대가 변화한 것일까. 이제는 그가 사표를 던지고 나오면 '박수'를 쳐준다.

MZ세대에게 잦은 퇴사·이직은 흠도 아니다. 자신의 가치를 높이 평가해주는 곳, 조금이라도 더 편한 삶을 위해 선택한 퇴사는 동료들로부터 열띤 지지와 응원을 받는다. 동료가 퇴사하면 '퇴사 파티'를 여는 것도 자연스럽다. 선후배와 동료들끼리 그동안의 수고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마음을 담아 선물 등을 주고 받는 것이다.

유통업계에서 MD업무를 하다 지난 7월에 퇴사한 박민철(30) 씨는 "퇴사하는 날 책상 정리를 마친 후 부서원들에게 그동안 감사했다는 마음을 담아 견과류 세트를 전해주고 나왔다"며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지지고 볶으며 힘들 때도 있었지만 마지막에는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어 선물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MZ세대는 '아름다운 퇴사'를 위해 공부도 한다. 관계로 인한 갈등을 힘들어하는 MZ세대는 퇴사할 때도 최대한 갈등 없이, 순조롭게 퇴사하는 것을 꿈꾸고 공부한다. 김나연(33) 씨는 "사직서를 제출하려고 출근한 날 아침부터 너무 떨려서 근무를 제대로 못했던 기억이 난다"며 "상사한테 어떤 말로, 어떤 태도로 사직 의사를 전해야할 지 몰라 유튜브를 보며 오전 내내 연습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애사심은 '돈'에서 나온다

내 삶을 위해서라면 뒤도 안 돌아보는 MZ세대. 기업들은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돈'을 꺼내들었다. 일명 '금융치료'를 하는 것이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금융치료'라는 말은 일상어이다. 정확히는 아픈 마음이나 우울한 감정, 스트레스를 돈으로 치료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힘들더라도 월급과 상여금이 들어오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6월 KBS 2TV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프로그램에서 건강기능식품회사 CEO인 가정의학과 전문의 여에스더씨가 직원들에게 "금융치료를 확실하게 해주겠다"며 성과급을 지급해 화제를 모았다. 회사가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한 것에 보답하기 위해 팀별로 최대 1000만원까지 지급했다.

상여금 지급 안내 문자 예시.
상여금 지급 안내 문자 예시.

방송이 나간 후 MZ세대는 '이게 바로 금융치료'라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한 직원은 "급여가 너무 적어서 회사 욕했는데 한 달 매출액의 1%를 전 직원에게 N분의 1 해준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3개월 후에 그만두려 했는데 금융치료가 퇴사를 막았다"고 얘기했다. 

또 다른 직원은 "나한테 욕했던 상사가 설 명절 앞두고 '새해 복 많이 받으라'며 봉투를 건내 줬는데 봉투의 내용물을 보고나니 그 때 내가 욕 먹을만 했던 것 같다"며 "마음의 상처가 돈으로 다 나았다"고 웃픈 소식을 올렸다.

MZ세대는 더이상 대가 없는 노동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MZ세대의 가치를 따라오지 못하는 회사는 쳐다보지 않는다. '뽑아만 주시면 열심히 일하겠습니다'라고 외치던 때는 이제 끝난 것이다. MZ세대는 '우리를 뽑으려면 그만큼 대우를 해달라'고 당당하게 외친다. 

직장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민간 공익단체 '직장갑질 119' 오진호 집행위원장은 "시대가 달라짐에 따라 조직문화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기업들은 어떤 문제들이 금지되어야 하는지, 어떤 부분들은 합의돼야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세워야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대에 따라 다르게 요구되는 가치에 대해 기업들이 대응하지 않으면 심각한 갈등과 갑질 문제 등으로까지 야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기획·취재=조현선·박은정 기자 / 김소연·이단비·김용태·김다혜 대학생 기자단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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