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1일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3월 31일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모습. (사진=뉴시스)

[뉴시안= 박은정 기자]서울시가 잇따른 건축물 붕괴사고로 물의를 일으킨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에 과징금 부과라는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다. 전례없는 봐주기에 건설업계 내부에서 조차 어리둥절한 반응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해 6월 발생한 광주시 동구 학동 철거건물 붕괴사고와 관련해 HDC현산에 내린 8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철회하고 4억623만4000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21일 결정했다.

앞서 서울시는 해당 사건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과 '하수급인 관리의무 위반' 혐의로 각각 8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에 HDC현산은 총 1년 4개월의 영업정지가 결정됐다.

그러나 서울시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하수급인 관리의무 위반(법 제82조제2항제6호)은 처분대상자가 과징금 부과 처분을 원할 시 과징금으로 변경 처분할 수 있다'는 항목을 근거로 과징금으로 처벌을 변경했다. 

나머지 8개월에 대한 영업정지 결정마저 HDC현산이 서울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정지 처분 집행정지 신청'이 법원으로부터 받아들여지면서, 해당 사건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영업을 이어 나가게 됐다. 

재판부는 "HDC현산의 영업정지 처분에 대해 관련 본안 소송 1심 판결이 선고된 이후 30일이 경과될 때까지 집행정지를 한다"라고 결정했다.

서울시의 결정에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를 향한 질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실공사로 두 번이나 건축물 붕괴사고가 일어나, 건설업계 퇴출설까지 나왔던 만큼 서울시의 조치는 솜방망이라는 것이다. 

건설 전문가들은 "두 건의 큰 사고가 터져 총 1년 4개월의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진 셈이었지만 서울시가 종합적으로 판단한 게 아니라 2건을 개별로 판단해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편법적 행정조치"라고 지적했다. 

해당 사건은 철거 중인 5층 건물이 무너져 시내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는 대규모 인명사고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억원에 불과한 과징금 부과조치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을 보이콧 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누리꾼들의 반응으로 살펴보면 "꼴랑 4억 어처구니없다", "집 한 채 값도 안되는 과징금이다", "4000억원이 아니라 4억? 미쳤네", "장난치나 세훈아(오세훈 서울시장), 뭐 처먹었냐" 등의 비난 일색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붕괴사고에 이어 지난 1월에 광주에서 또다시 발생한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에 대해 서울시에 HDC현산에 최고 수위의 행정처분인 등록말소 또는 영업정지 1년을 요청했다. 

국토부의 요청이 받아들여질지 의문이다. 이번 서울시의 조치를 감안할 때 또 다시 이번과 비슷한 수준의 과징금 처분이 내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면죄부 수준의 소규모 처벌에 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여권에서는 서울시의 이번 행정조치를 두고 “정부가 내놓은 중대재해처벌법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 뻔하다”고 지적한다. 

건설업계의 사망사고를 막고자 지난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공식화됐지만, 솜방망이 수준의 행정처벌로 끝나는 모양새여서 서울시와 HDC현산에 대한 비판여론은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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